맨홀 이야기
얼마 전 사진에 문외한인 내가 사진동호회 '포커스' 모임에 참석했을 때 그동안 보와 왔던 다양한 주제의 사진과는 너무나 다른 유난히 특이한 한 회원의 사진 작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사진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자연 풍경, 도시 건물, 인물, 동물, 추상 그리고 메크로등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닌 상상을 초월하는 맨홀만을 찍은 작품으로서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저 평범하게 하잘것없이만 보였던 맨홀이 볼수록 나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그녀는 도시의 흔히 방치된 맨홀 뚜껑이야말로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담아내는 소재로서 하나의 숨겨진 예술로 보는 혜안을 갖고 있는 듯이 보였다.
맨홀을 단지 한낱 철판 조각이 아닌 각기 다른 디자인과 패턴, 오랜 세월을 품은 듯한 녹과 빛바랜 색채, 그리고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친 흔적들이 그녀의 렌즈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키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마디로, 그저 너무 평범해 소외될 수 있는 맨홀 뚜껑에, 단순한 사진작가를 넘어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사소한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맨홀 사진을 통해 이제 나는 일상을 더 깊이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큰 영감을 받았으며, 또한 그녀의 열정, 창의성과 예술성에 깊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그녀가 맨홀 속에서 발견한 그 작은 세상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큰 울림을 주길 바란다.